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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너하임 패킹 디스트릭 방문기 – 오렌지카운티의 색다른 오후

by byndream 2025. 6. 21.

미국 오렌지카운티에 살다 보면, 멀리 떠나지 않고도 짧은 여행 같은 외출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자주 추천하는 곳이 바로 ‘애너하임 패킹 디스트릭(Anaheim Packing District)’인데요. 이번에는 오랜만에 가족 넷이 함께 시간을 맞춰, 금요일 오후 이곳을 다녀왔습니다. 아들 중 한 명이 방학하고 딱 일주일동안만 집에 돌아와 가족과 함께 보내다가 인턴을 위해서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기 전전날, 멀지 않은 곳에서 편하게 방문해서 식사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이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바쁜 일상 중에 가족과 오붓하게 외식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인지, 이날의 방문은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옛 냉장창고의 변신, 그리고 그 속의 열기

애너하임 패킹 디스트릭은 원래 1919년에 지어진 과일 냉장·포장 공장이었다고 해요. 당시 오렌지카운티 이름 그대로 ‘오렌지’를 비롯한 감귤류 과일의 중심지였죠. 그런데 이곳이 지금은 개성 넘치는 푸드홀과 라이브 음악, 감성 넘치는 조명으로 꾸며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붉은 벽돌 외벽과 높은 천장, 그리고 은은한 조명 아래 활기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한 내부가 인상 깊었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다양한 음식을 즐기고 있었죠. 한 공간 안에 전 세계 음식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마치 미니 국제 푸드 페스티벌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내부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내부

가족 4인, 각자 마음대로 고르기!

저희 가족은 음식 취향이 모두 달라, 각자 원하는 메뉴를 고르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애너하임 패킹 디스트릭의 매력이죠. 함께 왔지만 각자 좋아하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것!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내부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내부

  • 아내는 따뜻한 국물 요리를 찾다가 “Zabon Ramen”에서 미소 라멘을 골랐습니다. 진한 돈코츠 육수에 부드러운 면발, 그리고 토핑으로 올라간 차슈와 반숙 계란이 잘 어우러져 있었어요. “한국의 라멘집 못지않다”는 그녀의 평가에 저도 한입 얻어먹어봤는데, 국물의 감칠맛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 아들은 햄버거 마니아답게 “The Kroft”에서 푸틴(Poutine)과 ‘버거 + 감자튀김 세트’를 들고 왔습니다. 치즈 커드가 듬뿍 올라간 캐나다식 감자튀김에 소스가 흥건히 배어 정말 맛있더군요. 캐나다에서 살 때 먹었던 푸틴 맛을 가끔은 그리워했는데 이 곳 오렌지 카운티에서도 맛볼 수 있네요.
  • 다른 아들은 평소보다 좀 더 단순하고 클래식한 메뉴를 원해서 “Black Sheep GCB”에서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Grilled Cheese with Bacon)를 주문했습니다. 치즈가 줄줄 늘어지는 따끈한 샌드위치에 바삭한 베이컨이 더해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미국식 간편 메뉴답게 양도 넉넉하고, 오히려 어른 입맛에도 잘 맞는 맛이었어요.
  • 저는 오래전부터 눈여겨본 “Georgia’s Soul Food”에서 남부식 프라이드치킨과 맥 앤 치즈, 콜라드 그린이 곁들여진 플레이트를 주문했습니다. 바삭한 치킨 껍질에 입 안이 즐거워지고, 고소한 맥 앤 치즈는 아이들도 좋아했어요. 아시다시피 특히 흑인들은 프라이드 치킨을 소울 푸드라 부르며 좋아합니다.

각자 음식을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이곳의 2층은 조용하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가족 단위 손님에게 더 좋더군요. 오래된 건물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우드 스타일 인테리어가 따뜻한 느낌을 더해줬습니다.

식사 후의 여유 – 차 한 잔과 디저트는 

식사를 마친 후엔 역시 디저트를 빼놓을 수 없죠. 1층의 “Popbar”에서 막대 아이스크림을 골랐는데, 원하는 아이스크림 베이스에 초콜릿 코팅과 토핑을 골라 맞춤 제작할 수 있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였습니다. 저는 피스타치오에 다크초콜릿을 반 코팅한 걸 골랐고, 아내는 코코넛과 라즈베리 조합을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군요.

그리고 커피는 “Mini Monster”에서 아이스 라떼와 밀크티를 주문했습니다. 이곳은 음료 위에 솜사탕을 얹은 비주얼이 독특해서 사진 찍기 딱 좋아요. 인스타 감성 가득한 음료지만, 커피 맛도 꽤 괜찮았습니다.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내부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내부

오렌지카운티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

애너하임이라는 도시가 디즈니랜드로만 유명하다고 생각했다면, 한 번쯤 이곳도 방문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오렌지카운티에 살면서도 한 번도 와보지 않은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여행자든, 현지인이든 각자의 방식으로 이곳을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참 매력적인 곳입니다.

주차는 건물 주차장에 셀프로 무료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붐비는 시간에는 자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저희는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밖으로 나와 근처 도로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였습니다.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내부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내부

 


마무리하며

이날 가족과 함께한 애너하임 패킹 디스트릭 방문은 단순한 외식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미국의 다양한 문화를 음식으로 체험하면서, 동시에 가족과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소중한 하루였죠.
오렌지카운티에 살면서도 가끔은 이런 곳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이 LA 여행 계획을 세우신다면, 디즈니랜드 일정 사이 하루쯤은 이곳에 들러 여유롭고 맛있는 시간을 보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애너하임 패킹 하우스 내부